지난 시간에는 폴 조던 스미스이자 파벨 제르다노비치였던 그의 이야기의 서막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이제는 파벨 제르다노비치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알려드려볼까 합니다.
파벨 제르다노비치의 이야기입니다.
대담한 사기꾼 폴 조던 스미스와 현대미술 화가 '파벨 제르다노비치'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혹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글에서 참고 바랍니다.)
출품한 작품을 보며 미술계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진짜 유럽에서 온 현대미술로 받아들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그를 뉴욕으로 초대하기까지 합니다.
기자들이 그를 따라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고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됩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자 그는 제대로 사기를 쳐보리라 마음먹게 됩니다.
그리곤 말과 행동도 살바도르 달리처럼 합니다.
마치 슈퍼스타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약간 미친 사람처럼 보였던 달리의 행동을 연기하기 시작합니다.
말을 횡설수설한다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이상 반응들을 따라 합니다.
그의 태도에 미술계는 더욱 열광합니다.
이 행동이 폴의 예상에 맞아떨어져 그를 더욱 '예술가'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파벨 제르다노비치의 인터뷰입니다.
그는 왜 그림을 그리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미술이 힘들었던 나를 치유했다.
그래서 나는 미술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일반적인 삶으로는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미술은 대체 어떤 미술이냐는 기사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이 미술은 디썸브레이셔니즘 (Disumbrationism)입니다.
이것은 여성을 해방하는 미술입니다.
이 대답이야 말로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답변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사실 다 알고 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완벽한 기망입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여성 해방 운동과 흑인 인권 운동, 그리고 그의 기행과 언변이 어우러졌습니다.
그 후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갑니다.
그는 이제 정말 유명한 화가가 되었습니다.
미국, 유럽 현대미술계가 뒤집어졌습니다.
그는 얼마나 황당했을지 궁금합니다.
마침내 1927년, 연기와 작품 그리기에 지친 그는 신문사에 연락했습니다.
기자에게 길었던 그동안의 사기극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평생을 통틀어서 이렇게 쉬운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개적인 장난을 쳤다.
사실 그것들을 작업하는 것에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평론가들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나에게 미술적 재능이 있었던 것인지, 그들이 바보였는지 모르겠다.
-1927년 LA타임스, 폴 조던 스미스
아마 먼저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현대미술의 거장으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현대미술의 이야기입니다.
폴 조던 스미스는 목사이자 문학가였고, 강사였으며, 문화평론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그림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저를 의아하게 만들었고, 호기심을 자극하였습니다.
그에 대해여 좀 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는 현대미술에 큰 엿을 먹인 사람이었습니다.
파벨이자 폴이었던 그는 머리뿐 아니라 실행력도 가졌습니다.
당시 시대의 흐름과 대중이 주목하던 주제를 보는 눈도 있었습니다.
대담했던 그의 행동에 참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사실 현대미술에 이런 숨은 이야기들이 종종 있는데, 그중 폴이 가장 크게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번에 다뤘던 개념미술의 이야기와 같이 현대미술은 갖다 붙이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꿈보다 해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백남준 선생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예술의 반은 사기다.
-백남준
이 말은 모든 것이 사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해석이라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해석이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기 위해서는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투자자가 주목하고 몸값이 오릅니다.
몸값이 올라야 대중이 주목하고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수긍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가 생각이나 사고라고 하는 것들 중 즉흥적으로 뭔가 떠오른 것을 창작해 내는 것이 예술입니다.
폴이 주목받았던 이유를 꼽자면 위에도 서술하였지만 시대를 잘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대중들이 뜨겁게 반응하던 주제를 이끌어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화풍과 대중이 원하는 예술가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가 이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아마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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